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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신 우일신 :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 상세보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2285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

 

김윤이(19세)

 

얼마 전, 부산 서면에서 열린 한미 FTA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에 난생처음 참여해보는 것이라 떨리기도 하고, 어떻게 집회가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면 하는 기대감과,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동시에 느끼며 집회 장소에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소수의 인원으로 시위는 진행되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유발언 시간이 있었는데, 자유 발언을 하러 나온 사람들 중엔 학생들도 있었고, FTA가 발효되면 실질적인 피해를 받게 되는 노동자도 있었다. FTA가 발효되면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도 몰라 한 가정의 가장으로 생계의 위험을 느낀다는 아저씨의 말을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사건을 삶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집회에 또 사람들 앞에 나가서 발언한 것일까?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당장 생계의 위험을 느끼고 피해를 입게 되는 저 아저씨만큼, 이것을 자기 삶의 절실한 문제라고 느끼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나처럼 단순한 ‘호기심’ 또는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하는 왠지 모를 ‘의무감’ 때문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거리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시위를 통해 민주주의를 일구어냈던 세대가 이제는 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는데도 우리는 왜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고 있지 못할까. 앞으로도 이렇게 매번 반복된 투쟁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우리 세대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위들을 통해 조금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내가 느꼈던 의문, 즉 이것이 내 삶에 직접적이고도 절실한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범국민집회를 단순한 정치집회가 아닌 우리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투쟁’으로, 잘못된 체제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외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해방구’를 만들어 나가는 실천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기득 세력에 대한 반발에 그치는, 내면화되지 못한 피상적인 구호만 외치는 시위를 탈피하기 위해서내가 왜 시위를 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한발 앞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면의 성장을 돌보는 것이다. 동양의 자연관에서는 매번 내리는 비가 똑같은 비의 순환이 아닌, 항상 새로운 비가 내리는 것이라 여겼고 이를 ‘생생지덕(生生之德)’이라 하였다. 이것은 자연만의 덕이 아닌,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우주 전체의 덕으로 확장할 수 있다. 즉, 자연의 운용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 또한 언제나 새로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 새로움은 내면적 깨달음의 고양과 개인적·사회적 실천 과정에서 진보를 가능케 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개인적·사회적 실천, 투쟁을 하고 있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동양적 자연관은 투쟁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고민해오던 문제, 앞으로 어떤 인간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와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청소년 시기에 어떻게 어떤 공부를 할 것이며, 청년들은 어떻게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실현할 힘을 기를 것이며,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이고, 어떤 인간이 될 것인지와 같은 고민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신념을 굳건히 다지는 것. 똑같은 비라도 매번 새로운 비라고 보는 것처럼, 우리 또한 똑같은 공부도, 똑같은 실천도 내 안에서 늘 새롭게 만들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지 마라’고 했던 슬라보예 지젝의 말은 이 지점에서 유효하다. 스스로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것은 곧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로 나와 많은 사람과 함께했던 그 경험을 떠올리며 나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며 만족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지 말고, 주위의 변화와 움직임에 취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비바람이 지나가더라도 굳건해지고 단단해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늘 내면을 돌아보며 내가 왜 여기서 이 행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몸에 배게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마음과 실천을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날마다 새롭게 할 것. 삶의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상처와 혼돈의 전장 속에서도, 투쟁과 저항의 불길이 사라졌을 때조차도 그 빈자리에 새로운 세대들이 마지막까지 빈 광장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내면의 다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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