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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나요? 라고 묻기 전에 상세보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1727

'왜 우리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나요?'라고 묻기 전에 

 

장효진(18세)

 

우리 학교에는 급식회의라는 것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각반의 반장들과 학생회 임원이 자율적으로 참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학교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직접 불만사항과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급식회의는 꽤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 회의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학교의 급식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사실 학교의 주체는 학생인데도, 대부분의 학교에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며 불평한다. 하지만 과연 학생들이 의견을 전달하고 결정지을 수 있는 장을 원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급식회의와 같은 사소한 제도에서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의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회의가 더 나은 급식을 위한 발전의 기회이자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반장이라는 직책에 딸려 오는 하나의 특권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이 회의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요구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우리는 주체적으로 공적인 결정을 내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 급식회의에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시간과 절차, 비용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반장이 대표자의 자격으로 공동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는데, 그렇다면 정말로 공동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여 간간이 자신의 의견을 내는'정도로는 곤란하다. 한 반의 대표자인 것은 맞지만 나의 의견이 반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반 친구들이 오늘이 급식회의 날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반에서만 급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게 둘 것이 아니라 반을 대표하여 급식회의에 참여하는 대표자로서 적극적으로 학우들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급식비나 식자재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가 먼저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사능 오염에 대한 경각이 필요한 요즘 같은 시기에 우리가 급식에서 먹고 있는 생선들과 해산물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는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잔반을 줄이기 위한 이벤트도 함께 기획해 볼 수 있다.

물론 대표자가 아닌 일반적인 학생들에게도 공공의 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충분히 기회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생들 역시 발언권이나 발의권이 없다고 해서 학교에서 공적으로 시행되는 문제들에 사적인 불만만 품을 것이 아니라 학교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늘 관심을 갖고 소통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마주치는 문제들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주의 깊게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설명과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변화를 가져올 때까지 관철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가 반드시 요구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스스로의 이익만을 챙기는 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 이기심으로 쌓은 각자의 벽 때문에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보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의식 있는 주체로서 주어진 제도를 활용하고, 우리가 목소리 낼 수 있는 장을 계속 요구한다면 스스로 윤리적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여기서 오는 자부심과 기쁨은 더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무엇이 나의 삶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리의 무게를 느끼며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나눌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진정한 공동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윤리적인 의견을 도출해낼 수 있는,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출처 :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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