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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세계로 날아가는 새 상세보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1092

광할한 세계로 날아가는 새

김지현(17세)

  아주 어린 시절, 엄마와 단둘이서 남해에서 살 적에, 저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풀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이슬 자국을 닦아내거나, 차가운 골목길 벽을 더듬으며 막다른 길을 찾기도 하고,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다가도 숨을 고르는 사이의 정적이 무서워져 귀를 막곤 했습니다. 이른 아침 엄마가 집을 나서는 기척에 잠이 깨어 불안한 마음에 무작정 뛰쳐나가면, 세상엔 나밖에 없다는 듯 주위가 온통 고요하고 발을 디딜 때마다 무너지는 서릿발의 서걱거림만이 들릴 뿐이어서, 한동안 설익은 그림자를 따라 걸었습니다. 비슷비슷한 골목 여러 개를 지나 아득히 펼쳐진 바다와 바다를 짓누르는 하늘이 보이고 떠밀려와 하얗게 바스러지는 파도 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야 주저앉아 와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가경자 비드의 책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임금님, 우리가 모르는 시간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삶은 어느 겨울 목사들이 앉아있는 회당 안으로 날아든 참새 한 마리의 비행과도 같습니다. 한쪽으로 들어와서 다른 쪽으로 나가는 동안은 겨울의 눈보라로부터 안전하지만, 이 짧은 고요함은 다시금 겨울로, 시야 밖으로 사라지며 끝이 납니다. 인간의 삶도 유사합니다.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고, 그 후에 무엇이 벌어질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우리는 그 이전에,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생을 관통해 가는 것입니다. 위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제가 불안했던 것은, 제가 익히 알고 있던 세계, 가족, 집, 동네 그 너머에 끝없이 펼쳐진 다른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압도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지 못하기에 두려워하고, 알고자 하고, 탐구하고 배우며 알아갑니다. 누군가는 바닷물에 발을 담갔을 테고, 누군가는 바다를 건너 새로운 장소에 도달했을 것이며, 누군가는 그 깊은 심연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찾아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 개인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온전한 진실에 다다르리라 믿습니다. 물줄기가 아래로 흐르고 모여 바다를 이룬다고 하지만 바다는 고인 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흐르는 거대한 강입니다. 바다는 모든 방향으로 흐릅니다. 바다가 해류의 구조적인 법칙을 따라 순환하며 지평을 바꾸어 나가는 것처럼, 우리는 하나의 진리를 좇을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줄기들의 만남이 있어야 합니다.고등학생이 되어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공부하는 첫날, “좋은 교사가 되고자 노력한 적이 없다, 언제나 좋은 인간이 되길 노력한다”며 “내 삶이 온전한 사랑이기를 그래서 그것 자체가 교육이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르침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삶의 발자취를 선보이는 것’,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가르침이란 미래의 역사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역사를 공유한 인류가 이룰 수 있는 최대의 공동체를 위하여 저희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배웠습니다.한 마리의 새는 회당 내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날아가는 것이 새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간 수많은 새를 따라 비행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고, 스쳐 지나간 새들의 자손과 또 그 후손들이 계속해서 회당을 지난다면 그곳은 새들의 것입니다. 회당을 벗어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인식세계의 확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새들이 되돌아오지 않는 것은 그 바깥에 광활한 세계가 열려있기 때문이며, 뒤따르는 새들을 이끌어 언젠가 그 모두가 드넓은 하늘로 비상할 것이라고 믿겠습니다.무엇을 알고 무엇을 지켜야만 하는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인디고 서원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기억하며 늘 성장해나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출처] [51호] I'm dreaming : 인디고에 띄우는 편지 광활한 세계로 날아가는 새|작성자 인디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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