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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굴복하지 않는 영혼 상세보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1430

가난에 굴복하지

않는 영혼

 

 

이창희(18세)

 

 

벌써 봄이다. 슬프게도 나는 봄이라는 계절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봄은 어느새 이만큼 와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나는 낯설고 서툰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인디고 서원에서 주최한 캠프 <문학은 힘이 세다>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곳은 ‘왜 우리는 인문학을 공부하는가’라는 큰 질문 아래 1박 2일 동안 함께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고, 사회를 배워가는 청소년들에게 소소한 해방구였다. 캠프에서 우리가 던진 질문은 가난에 대한 것이었다. “가난하지만 행복할 방법이 있을까?”, “가난해도 사랑할 수 있을까?” 여기서 ‘가난’이란 비단 경제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내면의 가난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로지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가 내면의 풍요를 지킬 방법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결국 가난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일상 속에서 인문학이 절실한 청소년들이 많았다. 부모님의 기대와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에 둘러싸인 탓에 겉으로는 괜찮은 듯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끝없는 소통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길 원하고 있었다.

현실의 벽은 인문학으로 뛰어넘을 수 없을것 같이 높다. 겁을 먹을수록 우리는 점점 현실에 잡아먹혀서 툭 건드려도 쓰러질 만큼 나약해진다. 그때 내면의 가난은 무섭게 찾아오고, ‘나’라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계급사회’, 푹 쉬어야 하는 집에도 ‘비교 문화’가 가득하다. 나 자신으로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처럼 답답하다. 학벌, 직장, 연봉, 집, 자동차, 모두가 다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없음이 분명한데 자꾸 모두가 다 가지기 위해 노력하라고 부추기는 사회는 거대한 모순이다.

무엇인가를 가지기 위해 탐욕과 폭력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나는 이를 이겨낼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스스로 하나의 상품이 되길 허용하지 않고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우리의 영혼만큼은 절대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가난 속에서 행복과 사랑을 찾긴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타인과 연결되어 살아갈 때 우리는 가난함에 저항할 힘과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이 시대의 가난은 절대적 결핍보다는 물질적인 것이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가지지 못하면 무능력하다 여기는 사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구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가진 것이 오롯이 스스로의 능력 덕분이라고 여기는 정신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빈곤한 사회다.

내가 인문학을 만난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5년은 나에게 정말로 천천히 흘러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신없이 학교에 다니다가도, 인디고 서원까지 가는 걸음은 더없이 느렸고, 그곳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짙은 회색 벽돌과 초록 지붕 아래 좋은 선생님, 친구들, 책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흡수한다. 때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때론 유쾌하고 밝게 웃고 떠드는 시간 속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을 수 있다. 진부한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보았고 적어도 나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하는 용기를 주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이 가난한 시대를 극복하는 힘이었다.

이처럼 물질적 결핍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우리를 지키는 것은 경쟁에서 이겨 더 많은 재화를 얻는 것이 아니다. 선한 누군가의 삶을 보면서, 친구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 멋진 시를 읽으면서 끝없이 사랑의 길을 찾는 것.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하고 유쾌하게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 가난한 이 시대에 굴하지 않는 영혼의 풍요는 그렇게 키울 수 있으며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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