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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삶 상세보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1665

포기하지 않는 삶

 

성지민(18세)

 

학교에서 큰 행사를 치렀다. 전교 학생회장과 부회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친구 선거 유세를 도와주었고, 참모 대표 참관인으로 선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할 수 있었다. 선거하기 전부터 공정하게 잘 치러질까 걱정이 많았던 때문인지 후보들, 참관인들 모두 다 열심히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선거는 매우 공정하게 이루어졌고, 결과도 바로 그 자리에서 학생선거관리위원들이 개표한 결과로 나왔다. “우리 학교가 웬일이지?”하며 의외로 공정하게 치러진 선거에 마음이 참 좋았다.

그런데 선거가 공정하게 이루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거 2주 전, 수능이 끝난 3학년 선배가 모든 선생님들 책상에 편지를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익명으로, 이번에도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지 않으면 교육청에 신고할 것이라고 선생님들께 경고했다. 학생부장 선생님께서는 학생회를 불러, ‘쓸데없는 영웅 심리에 휩싸여서 이런 일을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누구인지만 알면 대학이라도 떨어지게 만들고 싶은데 찾을 방법이 없다. 너희도 이런 일을 하면 징계를 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처음 한 선배가 그런 편지를 썼다는 것을 듣고 그 용기에 감동했지만, 뒤이어 학생부장 선생님의 말을 전해 들으니 머리가 멍해진 기분이었다. 도대체 ‘공정함’을 요구하는 것이 왜 쓸데없는 영웅 심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마치 그 편지가 없었더라면 공정하지 않게 선거를 할 것이라는 듯이 들렸다. ‘이런 학교에서 내가 무엇을 배운다고 아침 7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있지?’라는 회의감이 제일 크게 느껴졌다.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학교에 있다 보면 내가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공부를 나보다 열심히 하지 않은 친구가 시험을 잘 치면 기분이 꿍해져서 친구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지 못할 때나, 다 같이 청소하는데 책을 들고 다른 곳으로 가 공부를 하려는 아이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못할 때나, 시험기간에 남이 나보다 못 치기를 바랄 때 내가, 우리들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한 마리의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학교에 있다 보면, 내가 평소에 생각해오던 가치들과 동떨어져 있는 나의 삶을 볼 때가 많다. 상황이 절망스럽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도 많다. 어떨 때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종종 든다. 하지만 학교에서, 스스로 나를 ‘괴물’로 만들어 가는 이 현실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며 생각한 것이 있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삶’은 중요한 것이라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났을 때 끝까지 내 힘으로 풀어보려고 끙끙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또 현재 내 모습에 떳떳이 살아갈 수 있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짜증 나는 상황에서 ‘이럴 수밖에 없었어’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독일의 목회자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던 디트리히 본회퍼는 나치의 핍박으로 갇힌 감옥에서 쓴 『옥중서간』에서 “끝까지 서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아이티에서 의료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 폴 파머는 합리성만을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가능하다고 답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서로 무능하다고 비판하고 갈등에 지쳐버려 결국 강자 앞에 무너지거나 스스로 포기한다. 하지만 진짜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꺼이 비이성적이고 고집불통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도전하고, 용감하게 계속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폴 파머는 자신이 ‘희망의 편에 끝까지 서 있는 사람’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말했다. 나 또한 다가오는 19살을 ‘나’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떳떳이 살아가고 싶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나의 정의로운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결국에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나의 개인적, 일상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2014년이 이미 다 가버렸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모두가 같이 생각해야 할 문제들도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 그것까지가 내가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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