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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시대, 공동의 윤리를 위하여 상세보기

작성자: 사무국 조회: 1762

다가올 시대,

공동의 윤리를 위하여

 

유진재(22세)

 

인간은 때때로 아주 새로운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존재의 심지에 불이 옮겨 붙어 불꽃을 피우는 순간, 참을 수 없는 열정이 내면에서 솟는 순간이다. 불이 붙은 존재는 평소와는 다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그 불길은 사랑만큼이나 보편적이다. 그때, 우리는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용기가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영화 <도가니>가 한국 사회를 휩쓸었을 때, 그 같은 불길이 치솟았다. 영화를 봤던 이들은 분노했고, 이미 7년 전에 그 사건을 수수방관했던 우리는 공소시효마저 끝난 사건을 다시 법정으로 불러들였으며, 법까지 새로 제정하는 운동으로 확산했다. 그렇다. 이 불길은 정치적인 힘도 지녔다. 정치는 공동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능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서 잘못된 것을 바꿔갈 수 있는 희망을 보고, 거기에 열광한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시민 사회에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해온 사람이 시장이 된다면 서울도 바뀌고, 자신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상상력이 깨어났기에 가능했던 선거 결과였다. 이 불꽃은 기존의 우리 삶을 둘러싼 억압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창조의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이 발휘하는 것은 때로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멈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여름 방학 첫날 갑자기 14살 남학생 22명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 『우리들의 7일 전쟁』(소다 오사무)은 새로운 꿈을 꾼 아이들이 기성의 세계에 어떻게 투쟁을 선포하는지 보여준다. 해방구에서 투쟁에 들어간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엄마의 리모컨은 안 하겠다고 하는 거야” 그동안 리모컨으로 살아왔음에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했던 이들이 자기가 만든 해방구 속에선 또박또박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학교와 집이라는 억압적인 사회 질서를 잠시 멈추고 이들은 “우리는 자유롭지 못했고, 그것이 문제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아는 것에서부터 ‘사회적 상상력’이 시작되고, 그 상상력은 그들의 해방구에서 발휘된다. 해방구는 그 동안 축적되어온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이 존재의 심지에 불이 붙는 발화점을 지났을 때 우연한 모습을 가장하여 등장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해방구는 사회의 지배 계층에겐 두려울 수밖에 없는 곳이다.

2011년, 전 세계적인 시위와 혁명들이 발발하고 있다. 1대 99의 사회에 분노한 미국인들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 아래 자신들의 해방구를 만들고 있다. 한국 사회에선 김진숙이란 한 여성 노동자가 크레인 위에서 고공 투쟁을 한 지 300일이 넘어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희망 버스’라는 이름으로 김진숙으로부터 비롯된 해방구에 모여들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삶과 자본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자본주의이며,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정리해고를 기계적으로 감행하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말이다. 또한 우리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같은 세계에서도 참여하고 목소리 낼 수 있으며, 용기는 공포만큼 전염이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방식의 투쟁을 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김진숙으로부터 비롯된, 월가 시위로부터 비롯된, 우리 내면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용기에서 비롯된 해방구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가능한지 새롭게 물어야 하며, 과감히 모든 가능한 것을 시도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던 것을 가능한 것이 되도록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 이것이 우리의 해방구를 향한 문화투쟁이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가 지금보다 더 좋은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 자기 존재가 변화의 불길 속으로 뛰어들게 될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는 기다리기보단 준비해야 한다. 브라이언 파머는 “간디로부터 인도의 독립운동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인도의 독립운동에서 간디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세상에 대한 가능성과 투쟁은 개개인의 용기를 새롭게 일상에서 재조직하는 것에서부터일 것이다.

이제 삶과 문화의 지배권이 소수 지배층이 아니라 공동에 있다고 믿는 이들은, 아직도 우리 세계가 짊어지고 있는 불의와 가난, 그리고 불평등에 분노하는 이들은, 그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세대의 시작이었다고 불릴 이들은, 이제 다가올 시대, 공동의 윤리를 준비해야 한다.

 

“역사에는 의미도 목적도 없다. 그것은 실천적(윤리적)으로만 존재한다.”

- 가라타니 고진, 『윤리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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