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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의 탄생
이윤영(23세)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진도 9.0의 지진이 일어났다. 제트기가 부딪혀도 문제없다던 세계 제일의 원자력 발전소는 땅의 흔들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렸다. 신의 가장 신비로운 창조물이라는 원자를 파괴하고 있던 그곳은 이제 신도 어쩔 도리가 없는 폐허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장 안전한, 가장 위대한 인간의 기술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쓸모가 있는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방사능에 노출되어야만 하는 일본의 아이들은 이제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놀지도, 학교를 갈 수도 없다. 그들은 어른들을 향해 자신이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처절하게 묻는다. 하지만 한 아이의 말처럼 “어른들은 왜 우리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지요?” 어른들의 관심사는 무엇이 붕괴한 원전의 결정적 결함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만 있을 뿐, 앞으로 그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고민했다면 비참한 역사의 순간 앞에서, 더 강한 원자력 발전소를 전 세계 곳곳에서 앞 다투어 짓는 것을 대책으로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방사능에 노출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세계에 팽배한 무감함, 무관심, 이기심, 그리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윤리적 가치관의 결여라는 치명적인 위험의 단면이다. 이 현상은 여러 가지의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디고잉> 31호에서 중요하게 다룬 『만주의 아이들』의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이다. 돈 때문에 부모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들은 단순히 부모에게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려는 세상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고통 받은 그들이 만들어갈 세계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인가? 혹은 그들이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도대체 언제 그리고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 단 한 번이라도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렵지 않게 해소될 수 있다.
더 중요하고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모른 채 책임도 지지 못할 그릇된 선택들을 하고 있는 지금 현재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어른들의 세계는 허무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분노한다. 무고하지만 대가를 온전히 치러야 하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과는 이미 다르게 설계되어 있기에 자연히 생기는 분노다. 새로운 세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해야 한다. 기성의 세대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세대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허무한 세계의 희생자, 구원받아야 하는 자가 아니라, 이 세계를 전복시킬 유일한 혁명적 주체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원래의 것, 특히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분노에서 그친다면, 결국 새로운 세대는 탄생하지 못한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세대가 있어왔다. 지금의 기성세대들 마저 새로운 세대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어떤 세계를 살고자 하며, 꿈꾸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생각과 실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세대가 되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서는 불가능한 기회와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올바르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향하는 감각을 기르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공동선을 향해 가기 위한 성찰을 끈기 있게 해내는 것. 이러한 도전과 노력을 통해서 개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사회를 움직이는 한 세대의 목소리로 윤리적 선택들을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세대는 비로소 탄생할 수 있다. 지금 청소년, 청년 세대는 가장 윤리적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최초의 세대다.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이며, 가장 다양한 문화에 열려 있는 세대다. 또한 내가 하는 행위가 지구 반대편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회와 도구를 마련해놓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본질을 잊어버린 세계에 맞서는 주체는 이전의 새로운 세대들이 선택했던 방법까지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사랑으로 무장된 형태여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더 현명해지고 더 윤리적이며 더 아름답고 더 지혜로운 세대로 거듭나야 한다. 새로운 세대가 단지 기성세대에 반대되는 정체성만 가진다면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기성의 언어로는 규정지을 수 없는 창조적인 세대, 누군가에 의해서 이름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세대.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켜야 하며, 그 세대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여야 한다.
출처 :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 31호